18~19세기는 산업혁명과 계몽주의가 유럽을 휩쓸면서 유럽인들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킨 시기입니다. 그 중 프랑스와 영국은 패션과 생활용품 모두에서 각국의 개성이 드러나는 특성을 띱니다. 이 글에선 두 나라의 패션 트렌드와 생활용품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이것들이 반영하는 문화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프랑스의 화려한 패션 문화
프랑스의 루이 14세 하면 떠오르는 귀족 중심의 사치스러운 문화는 프랑스를 18세기 유럽의 패션 중심지로 올려놓습니다. 그만큼 화려하고 꾸밈이 많은 패션이 유행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코르셋을 착용해서 치마가 부풀어 보이게 했고 이런 폭넓은 치마를 레이스와 리본으로 장식했습니다. 이 시기의 의상은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의상 천의 재질, 색상, 장식의 정도가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였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이런 화려한 패션은 다소 간소화됐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의상들은 여전히 화려한 감각을 유지합니다. 이후 제 1제정기에는 나폴레옹의 영향으로 엠파이어 드레스가 유행합니다. 고대 로마 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이 드레스는 허리선이 높고 그 아래로 천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형태를 띱니다. 이전의 과장된 귀족 패션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스타일이라 상당한 파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발맞추어 남성복도 더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프랑스의 패션 경향은 파리 중심의 고급 의류 산업과 뗄레야 뗄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장인과 디자이너들이 맞춤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이것은 후에 오트쿠튀르로 발전하게 되는 기반이 됩니다. 또한 파리 스타일이 전 유럽의 귀족 상류층에서 유명해진 동력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실용적이고 절제된 패션 스타일
18~19세기는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입니다. 산업혁명이 패션에도 영향을 미쳐서 화려한 프랑스 패션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경향을 띠며 실용성이 중시됩니다. 이는 산업혁명으로 중산층이 껑충 성장하게 된 배경과 맞물립니다. 중산층에선 의복의 기능성이 화려함보다 더 중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성복의 경우 프랑스 의복보다 간소한 디자인이 많았으며, 소재도 실용적인 소재가 선호됐습니다. 색상 역시 어두운 계열이 선호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울소재와 목이 높은 드레스가 유행했습니다. 의상들은 되도록 일상 활동이 용이하도록 제작됐습니다. 남성복의 경우, 전형적인 ‘젠틀맨 스타일’이 확립됐습니다. 이 스타일의 주요 아이템은 셔츠, 조끼, 재킷, 팬츠, 실크 해트(silk hat)입니다. 오늘날의 단정한 정장 스타일이 여기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영국의 의류 산업은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였고, 방직기술 발전과 기계화로 대량의 의류가 생산됐습니다. 이것은 곧 소수의 상류층 뿐 아니라 중산층과 노동자 계급도 패션의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옷이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작업복이나 유니폼 같은 전문 의복도 함께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근대 생활용품 발달과 차이
이 시기엔 생활용품도 패션 기조와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프랑스에선 생활용품에서도 예술성과 장인 정신이 중요시되면서 고급 가구, 도자기, 향수, 화장품 등이 발달했습니다. 가구로는 베르사유 스타일이, 도자기 중에선 리모주 도자기가, 향수는 그라스 지방의 향수 산업 등이 당시 유럽 귀족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끕니다. 이 물품들은 단순히 실용성 추구를 넘어 심미적 가치를 추구한 프랑스 생활 문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한편 영국은 산업화가 생활용품 분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즉 대량생산을 통해 실용성이 강조된 생활용품들이 대중화 됐습니다. 예를 들어 주방기구, 보일러, 가정용 시계, 다리미 등 각종 생활용품이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면서 주요 소비계층인 중산층에 빠르게 확산 됐습니다. 이런 물품들은 당연히 편리성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는 가구 디자인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퀘이커 스타일의 간결한 목재 가구나 기능성을 강조한 벽장 등은 전형적인 영국식 실용미학을 상징합니다. 이와 같이 프랑스와 영국은 생활용품의 발전 방향에서 각각 미적 감성과 실용성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추구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결론
유행 패션과 생활용품에서도 당대 사회의 문화와 사회 구조적 특징이 반영됩니다. 그래서 18~19세기에 프랑스의 패션과 생활용품들에선 예술적 가치와 장식을 중시하는 상류층의 화려한 감성이 녹아있고, 동시대 영국의 패션과 일상용품에선 실용성과 기능성을 중시하는 중산층 문화의 특성이 엿보입니다. 이처럼 패션과 생활용품은 당시 유럽 국가의 생활 양식을 비교해보는 데 흥미로운 단초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