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와 영국은 작위 체계가 유사했지만 각 작위가 가진 권한이나 역사적 기원은 달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작, 백작, 남작이 두 나라 사이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공작 작위 비교
공작은 프랑스와 영국의 작위 체계에서 가장 높은 작위입니다. 먼저 프랑스의 공작 작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선 왕실에 속한 귀족에게 공작 위를 수여했으나 꼭 왕실 일원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행정적 또는 법적으로 공헌한 자들 역시 수여 받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중세 때 지역 중심의 봉건제로 운영됐고 이 당시엔 공작이 자기 영지의 실질적 통치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18세기를 지나며 점점 절대왕정이 강화됐기 때문에 중세 때의 실질적 통치 권한도 상징적인 권한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혁명을 지나며 사라지게 됩니다. 혁명으로 인해 공작 작위는 대부분 폐지됐고 명목상의 지위로만 남게 됐습니다. 반면에 영국의 공작 위 수여는 프랑스에 비해 더 폐쇄적이었습니다. 14세기 중반에 최초로 공작 작위가 만들어진 이래로 공작 위는 왕족의 자녀나 군사적 공헌이 혁혁한 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수여됐습니다. 상위 1% 중의 1%라 칭할 만큼 매우 희귀하고 상징적인 작위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공작은 막대한 토지를 소유하면서 엄청난 경제력을 가졌습니다. 또한 귀족원 내에서도 가장 상위 계층에 속하며 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요약하자면 프랑스와 영국 모두에서 공작은 왕실과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위였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작위 수여 대상자나 행사하는 권한 면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백작 작위 비교
백작 작위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중상위 계급으로 분류됐습니다. 먼저 프랑스의 백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선 백작이 상당히 흔한 작위였습니다. 중세 후기로 갈수록 다양한 지방 귀족이 이 작위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중세 시기에 백작은 지방 내에서 일정한 자치권과 세금 징수권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절대왕정이 자리를 잡아갔던 18세기엔 이런 실질적 권한이 회수되어 왕이 임명한 관료에게 넘어갔습니다. 백작 위는 명예 작위이며 상징적 권한을 갖는 자리로 성격이 변모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에 행사할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이 역시 명목상의 지위로 변했습니다. 영국의 백작은 공작 다음 가는 지위로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졌습니다. 이 작위는 5세기에서 11세기 중반에 걸쳐 있는 앵글로색슨 시대로 그 기원을 거슬러 갑니다. 이 때 백작은 특정 지역을 통치하고 관리하는 지위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백작을 칭할 때 ‘Ear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Countess’는 여성 백작 또는 백작의 아내를 칭합니다. 두 나라를 비교했을 때 프랑스의 백작 위가 영국의 백작 위보다 대중적으로 확산됐고 진입 장벽도 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의 남작 작위 비교
이번에는 프랑스와 영국의 작위 체계에서 가장 밑에 있는 남작 위를 보겠습니다. 먼저 프랑스의 남작은 13세기 무렵부터 등장했습니다. 매우 다양한 계층에게 남작 위가 수여됐으며 특히 지방 귀족에게 많이 수여됐습니다. 게다가 18세기엔 상업적 공로나 행정 공로를 통해서도 수여 받을 수 있는 작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랑스 혁명 전까지 남작의 수가 상당히 많아져서 작위의 희소성과 권한을 다소 희석시킬 정도였습니다. 다음으로 영국의 남작을 보겠습니다. 등장 시기는 프랑스의 남작 위가 등장한 것과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왕의 봉신으로서 충성을 맹세하고 군역을 행함으로써 영지를 받는 체계로부터 유래했습니다. 이 체계에서 가장 낮은 자리가 남작 위였고 이후 시간이 지나며 법적, 사회적 작위로 제도화됐습니다. 즉 귀족원 제도와 연계되며 남작도 귀족원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됐습니다. 현재까지도 영국의 남작은 귀족 계급의 한 축을 이루며, 상속법에 따라 대대로 이어지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18세기엔 프랑스의 남작 위가 영국의 남작 위보다 더 개방적이었지만 정치적 제도에 더 긴밀히 엮여 있었던 것은 영국의 남작 위였습니다.
결론
이와 같이 공작, 백작, 남작이란 작위 명칭은 두 나라에서 같더라도 각 작위가 부여됐던 방식과 폐쇄성의 정도, 행사하는 권한, 오늘날의 존속 여부 등에선 나라 간에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 드라마나 소설을 볼 때 이런 점을 유념하고 본다면 더 흥미진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