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대부분의 유럽 사회는 계급 구조를 유지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결혼을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귀족과 평민 간의 결혼은 극히 드물거나 제한적 형태로만 허용됐습니다. 귀족의 결혼과 평민의 결혼 양상 역시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시 귀족들의 결혼과 평민들의 결혼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계급에 따른 결혼의 의미와 목적
18~19세기 시대에 유럽 귀족들에게 결혼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동맹을 맺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귀족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에게 결혼은 혈통을 유지하고, 유력 가문과 연합하고, 재산을 통합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결혼은 개인 간의 사랑 같은 감정 문제가 아니라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전략적 문제였습니다. 따라서 귀족들에겐 자신들의 가문과 격이 맞는 적절한 상대 가문을 찾아 혼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규범이었습니다. 이를 어기면 가문에서 배척당하거나 아예 상속권을 잃는 일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평민의 결혼은 생계 기반을 위한 것이란 의미가 강했습니다. 특히 농민 계층에선 결혼을 통해 노동력을 확보하고 생활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또한 결혼이 동네 공동체와의 연결 고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상대를 고르는 면에선 귀족들과 달리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습니다. 감정적 이유로 결혼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친족이나 이웃과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귀족들의 결혼은 가문의 권력과 명예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평민들의 결혼은 생존과 공동체 내에서의 유대 강화를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결혼법과 법적 절차의 차이
결혼법과 법적 절차 측면에서도 귀족과 평민의 결혼 간엔 차이가 있었습니다. 귀족의 혼인에는 법률 문서와 계약, 교회와 국가의 공식 기록이 수반됐습니다. 예로 영국 귀족을 먼저 보겠습니다. 영국 귀족들은 결혼하기 위해 반드시 약혼 계약을 했고 혼인 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문서의 내용에는 지참금, 유산 상속 조건, 자녀에 대한 권리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결혼은 교회법에 따라 치렀으며 혼인 무효가 되지 않기 위해선 친족 간 혼인 금지 조항, 재산 계약 규정 등을 철저히 따라야 했습니다. 프랑스 귀족의 예도 보겠습니다. 그들 역시 결혼하기 위해 반드시 혼인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이때 공증인과 양가의 부모, 법률 전문가가 모두 참여했습니다. 이 계약서는 가문의 자산 보존이나 법적 책임 분배를 다루는 매우 중요한 문서로 치부됐습니다. 특히 유산 관리나 상속 배분 구조를 매우 정교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결혼 후 이혼하거나 별거하게 됐을 때도 재산을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귀족들의 결혼 절차에 비해 평민들의 결혼은 상대적으로 매우 간단하고 비공식적인 절차로 이뤄졌습니다. 법적 계약 없이 동거하다가 사실혼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았고 동네 교회에서 증인 몇 명만으로 혼인 신고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혼인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생기더라도 자금이나 법적 지식이 부족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부 중 상대보다 하층 계층인 쪽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았습니다. 많은 경우 여성 쪽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산 상속 구조의 격차
결혼에서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유산의 상속 구조였습니다. 먼저 귀족층을 보겠습니다. 귀족의 결혼은 가문의 재산을 보존하거나 이전하는 제도적 장치였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상속법도 정교하게 발전했습니다. 영국에선 ‘장자상속제’를 엄격하게 따랐습니다. 이는 가문의 재산과 작위를 모두 장자에게 상속하는 것으로 다른 자녀는 일정한 지참금이나 생활비만 받았습니다. 특히 여성은 결혼하면 가문을 떠나는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본가의 유산 상속에서 배제되거나 제한적으로만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부 부유한 가문에서는 혼인 계약을 통해 결혼 후에도 여성이 재산의 일정 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선 ‘유산 분할 제도’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후 법률이 개정되면서 자녀 간에 유산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법제화됐습니다. 이로 인해 귀족 가문 출신의 상류층은 가문의 재산을 한곳으로 모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점점 더 부유한 평민과 결혼해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이제 평민들의 상속 구조를 보겠습니다. 이들은 토지나 재산같은 상속 대상이 적은 경우가 많았고 상속 절차도 구두 약속이나 관습적 배분 등으로 단순했습니다. 이들에게 더 중요한 상속은 가족의 생업이나 기술, 노동 역할 등을 물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장인이 아들에게 기술을 계승해 주거나, 어머니가 딸에게 장터 거래 방식 등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결론
귀족의 결혼과 평민의 결혼은 18~19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를 대조해보면 지배 계층이 어떻게 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부와 권력 체제를 유지하려고 했는지가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또한 결혼 문화가 각 계층의 생활 방식과 사고관을 반영하고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