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미식의 대명사로 알려진 프랑스 요리와 실용 요리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영국 요리는 18~19세기에도 각자의 조리법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나라의 고전 요리에서 주로 사용한 조리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 고전요리의 정교한 조리법
프랑스 고전 요리의 조리법은 고전 조리법의 정수로 여겨집니다. 프랑스에서는 18세기 중반 이후로 체계적인 요리 교육과 함께 조리법 정리가 이뤄졌습니다. 이것이 후에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에 의해 프랑스 고전 조리법으로 정립됐습니다. 프랑스 고전 조리법으로 대표적인 것은 소스 조리와 브레이징, 퐁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소스는 프랑스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원어로는 Sauce Mère고 영어로는 ‘mother sauce’로 번역되는 기본 소스에는 베샤멜, 에스파뇰, 벨루떼, 홀랜다이즈, 토마토 소스가 있습니다. 이 기본 소스들에서 수백 가지의 소스가 파생됐는데 이처럼 다채로운 소스 문화는 요리마다 섬세한 풍미와 독특한 향을 더해줍니다. 또한 프랑스 요리는 정확한 조리 온도와 정교한 시간 제어에도 강점을 보였습니다. 육류를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졸이는 ‘브레이징’ 기법이나 80~90도 정도의 액체(물, 육수, 와인 등)에 식재료를 잠기게 해 천천히 익히는 조리법인 ‘포칭’ 등은 재료 본연의 식감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포칭’은 현대적 조리 기술인 저온에서 진공 상태로 서서히 익히는 ‘수비드’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장플라스’라는 개념은 프랑스 조리 문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는데, 원어를 직역하면 ‘제자리에 두기’ 정도로 번역되며, 요리에 앞서 모든 재료를 손질 및 계량하여 배치하는 작업을 가리킵니다. 이는 오늘날 세계적 요리 교육에서도 표준이 된 기술입니다.
영국 고전요리의 실용적인 조리법
영국 요리는 프랑스에 비해 간결하고 실용적인 조리방식이 중심이 되어 발전했습니다. 외식보다는 가정에서 요리하는 가정식 중심의 식문화였기 때문에 간편한 조리법이 선호된 것입니다. 또한 영국의 기후와 농업 기반, 산업화와 도시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들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다양한 채소나 과일, 향신료 재배가 어려운 탓에 감자같이 보존성 좋은 재료들의 무난한 풍미를 살리는 소박한 조리법이 발달했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가정에서 빨리 준비할 수 있는 요리가 점점 필요해지는 등의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영국 요리의 핵심 조리기법은 로스팅(Roasting), 베이킹(Baking), 보일링(Boiling)입니다. 이 조리법을 적절히 조합하여 다양한 요리들을 조리했습니다. 특히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은 대표적인 고전 영국 요리로, 전자는 고온의 오븐에서 불의 열만으로 직접 고기 덩어리를 익히는 로스팅 방식을 사용하고 후자는 밀가루 반죽을 뜨거운 기름이 든 틀에 붓고 오븐의 열로 부풀려 익히는 베이킹 기법으로 만듭니다. 또한, 스튜나 포리지(Porridge) 같은 일상식은 보일링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노동자 계층에서 가스레인지나 화덕에 커다란 냄비를 하나 올려 끓이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것이 후에 영국의 ‘원팟 요리(One-pot cooking)’ 전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 요리는 향신료보다는 소금, 머스터드, 식초 등 간단한 조미료만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보존하려 했습니다. 조리 시간 역시 프랑스보다는 단축된 경향이 있었고, 주방 설비나 인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두 나라 조리법의 근본적 차이점과 철학
프랑스와 영국의 조리법 차이는 요리 철학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는 요리를 하나의 예술로 보고 요리사는 장인 정신을 갖춘 창의적 예술가로 간주했습니다. 반면에 영국은 요리를 생존과 일상 영위에 필요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에 따라 요리 문화의 발달 양상도 달랐습니다. 요리를 예술로 여긴 프랑스는 하나의 학문 분야처럼 요리 기법을 세세히 구분하고 이론화했습니다. 여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앞서 간략히 언급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입니다. 그는 수많은 레시피와 요리 과정을 과학처럼 체계화하고 조직화했습니다. 이런 전통적 토대 위에서 프랑스 요리는 실험적 변화를 추구하여 ‘누벨퀴진’이나 ‘분자 요리’ 같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요리가 생활 방식의 일부였던 영국은 요리도 산업화와 도시화 같은 시대 흐름에 맞춰 간편화됐습니다. 조리방식 역시 실용성에 무게를 두며 대중성을 확보해 갔습니다. 두 나라의 이런 경향성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프랑스의 ‘수플레’와 영국의 ‘스폰지 케이크’입니다. 프랑스의 ‘수플레’는 조리 온도와 시간을 정밀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쉽게 꺼지거나 질감이 망가지는 고난이도의 디저트입니다. 반면 영국의 ‘스폰지 케이크’는 단순한 재료와 비교적 쉬운 기술로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조리 철학의 차이는 요리 교육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프랑스는 정규 교육 중심, 영국은 가정 중심의 요리법 전수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결론
18~19세기에 발달한 프랑스의 정교하고 체계적인 조리방식과 영국의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조리법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요리 문화를 이끌었습니다. 이로 인해 유럽의 미식 세계는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따라서 이 두 나라의 조리법을 이해하는 것은 유럽 문화를 다채롭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